포항에 내려오기 전, 나는 새로운 연구실에 대한 기대반 걱정반으로 연구실 사람들은 어떨지, 그곳에서의 실험과 공부는 잘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나날을 보냈다. 연수 프로그램이 시작된 뒤, 처음 하루 이틀 정도는 새로운 연구실 사람들과 친해지고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다들 친절하시고 재미있으셔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남은 기간 동안 정말 재밌는 연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연구실 분위기도 활기차고 서로간의 허울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며 정말 좋은 연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연구하는 와중에도 잠깐씩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다 같이 식사를 한 이후에는 잠깐 동안 서로 얘기하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조금 뒤 바로 자신의 해야 할 것으로 바로 돌아가 공부와 실험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밤 늦게 까지도 꺼지지 않는 연구실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연구실마다 분위기와 연구 방식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처음에는 선배들에게 직접 배우며 그 연구 방향을 따라갈 수 있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스스로 연구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기본 지식이나 논문들을 혼자서 공부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필요한 조언을 해주시며 연구 방향을 지원해주셨다. 이런 자유로움 속에서 필요한 논문을 찾아가며 본인 스스로 전공책을 공부하고 연구실에 없는 새로운 장비들은 직접 구하면서 까지 연구를 지속하는 형, 누나들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느끼며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그래도 연구실 형이 말씀해주시길 처음에는 힘들지만 그렇게 스스로 하다보면 나중에는 자신의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정말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고 연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진정으로 나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연수기간 동안 진행한 실험도 정말 뜻 깊었다. 나는 광촉매를 이용한CO₂ reduction에 관심이 있었고 이를 연구하시는 누나의 지도에 하에 실험을 할 수 있었다. 누나께서는 처음에 나에게 실험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시범을 보이신 뒤 나중에는 나 스스로 실험을 할 수는 기회를 주셨다. 예전에 나는 자대에서 몇 번 대학원에서 연구참여를 한적이 있었지만, 그 때에는 대학원생이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거나 거드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나 스스로 실험 계획을 잡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었다. 물론, 처음하는 실험이고 워낙 서툴다 보니 나의 실험 결과가 가치있는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으로 혼자 실험을 해본 시간들은 정말 나에게 가치있는 시간이였다.

 처음에는 4주라는 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졌지만 하루 이틀이 지난뒤에는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그만큼이나 즐거웠던 시간이였고 또 내게는 소중하고 가치있던 시간이였다. 환경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실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었고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였다. 그 동안 나를 잘 이끌어주신 사수 누나께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그 동안 잘 챙겨주시고 친근하게 대해주신 연구원 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